국회의원을 지냈던 소설가 김홍신이 몇 년에 걸쳐서 피나는 노력 끝에 2007년경에 완성한 작품이 ‘대발해’이다(권당 250페이지 분량의 총 10권). 김홍신이 이 소설을 짓게 된 것은, 우리 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발해에 관한 모든 문헌과 현장 답사를 바탕으로 하여 창조적 상상력으로 이 소설을 완성한 것이다.
나도 대학시절부터 발해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발해는 과연 어떠한 배경과 경위 속에서 건설된 나라인가? 우리민족에 있어 발해는 어떠한 위상을 차지하는 것인가? 아시아 동북지역을 대부분 장악하고 말을 달리던 그들은 어떠한 사람들이었는가? 그리고 이들을 규합하고 이끌었던 대조영은 어떠한 사람이었는가? 고구려를 이은 발해역사가 지금 현시점에 우리민족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발해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자면, 고구려 멸망시점인 668년 이후 대조영은 요서지역인 영주를 중심으로 하여 요동 및 한반도 북부지역의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을 이끌고 30년만인 698년에 고구려의 정신을 계승한 발해를 건국하게 된다. 이후 229년간 존속하다가 926년에 자체 내분과 함께 야율아보기가 이끄는 거란에게 멸망당하게 된다. 이후 일부 왕족과 유민은 고려로 유입되었고, 한반도 북부지역에서는 200여년간 발해 부흥을 위한 줄기찬 저항과 함께 작은 국가들이 건설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거란족과 여진족이 세운 나라들에 묻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김홍신의 대발해에 등장하는 명문장을 간략히 정리해 보기로 한다.
- 대조영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경을 헤매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새벽녘에 문득 한번밖에 살 수 없는 목숨, 살아난다면 천하를 호령하는 인물이 되겠다는 웅지를 품었다.
- 고구려의 위대한 정기를 잇게 해주옵소서. 모두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하려 하니 부족한 정성 크게 받아 주시고 고구려 기맥을 잇게 해주옵소서.
-지(智)모(謀)로 얻는 것은 작은 세상이요, 성(誠)심(心)으로 얻는 것은 큰 세상이니라.
-대조영은 풍채가 웅대하고 기풍이 호방하여 능히 천하에 이름을 떨치리라.
-정녕 장부가 되려거든 담력을 키워 넓은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익히며, 주유천하로 문물을 취해야 한다...천하는 한없이 넓고 천지는 높고 낮음이 확연하니, 두 눈으로 접하고 나아가 호연지기를 기르며 도처의 영걸들과 어울려야 한다. 특히 이번 순람은 당태종이 동정한 길을 따라 성쇠와 영고를 느껴야 한다. 고구려가 왜 멸망했는지 새겨보며 장차 나라를 되찾을 지혜를 얻어야 하리라.
- 나라는 모름지기 문물을 풍성하게 하고 그 바탕위에 민심을 편케 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의 신분이나 가문으로 사람을 판별해서는 안 된다. 오직 사람 됨됨이만 보아라.
- 고구려는 형체만 없을 뿐 백성도 그대로이오이다. 나라를 세우고 아니 세우고를 떠나 백성들 가슴속에는 고구려가 고스란히 살아있소이다. 우리는 고구려 고지를 모두 수복하겠소. 저 당당한 뱃심, 지난날 중원의 뭇 황제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고구려의 기상이 그대로 스며 있는 것 같았다.
- 짐승은 말이 통하지 않고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으니 눈과 마음으로 미세한 몸짓을 눈여겨 보고 연민의 마음으로 가까워져야 한다. 짐승에게 믿음을 주고 고통을 함께 나누며 한없이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하물며 사람을 치료할 때는 아픈 자보다 더 아파할 줄도 알고 내가 대신 아플 만큼 정성을 다해야 한다.
- 천하를 얻을 때가지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을 천명함이니 가서 전하라. 우리는 고구려의 옛 땅에 나라를 세울 것이다.
- 전장을 수습하고 행영으로 돌아온 대조영은 극구 반대하는 장수들의 주장을 뿌리치고 군사를 나누어 가솔부대의 뒤를 따르게 했다. 더디 가고 어려운 고비가 있더라도 가솔들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그의 의지를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대조영의 이러한 결단은 곧 널리 알려져 군사들의 사기가 오히려 높아졌다.
- 세상사는 매번 이길 수만은 없소이다. 질 줄도 알아야 크게 이기는 기쁨도 누리는 것이오. 대조영은 연전연승해서 기가 너무 승해 있소이다. 당나라 대군을 천문령까지 유인해서 크게 이기려면 적어도 두세번은 패해야 하오.
- 옛 고구려 땅을 회복하고 조상들이 거느렸던 저 너른 산천을 기필코 되찾겠소. 힘을 길러 중원을 범할 것이니 나와 함께 천하를 호령합시다.
- 대저 하늘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불과 7만 군사로 40만 대군을 무참히 깨뜨렸으니, 천문령 전투는 대첩이요 고구려의 복수설한이며 고구려 백성의 혜원이었고, 고구려의 혼이 드디어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사해를 경략하기 위해서라도 바다 해(海)자를 넣어 천하를 다스릴 웅지를 가져야 합니다(주. 발해라고 나라이름을 정한 이유임).
- 자고로 항(降)자(者)불(不)살(殺)이라 했으니, 항복한 자를 죽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아무리 전쟁이라도 노인이나 약한 자를 죽여서는 안 되며, 여인을 능욕해서도 안 되고, 곡식을 짓밟거나 집을 불살라선 안 된다. 싸워도 원한에 사무치게 해서는 안 되리라.
-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은 8풍(風)때문이옵니다. 8풍이란 여덟 개의 바람인즉, 이익, 쇠약, 비방, 명예, 칭송, 조롱, 고통, 즐거움을 말하는데, 참선하여 마음을 고요하게 하면 내면이 그윽하게 보일 테니, 몇 날 며칠이고 바라보옵소서.
-자고로 대신에게는 황제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무가 있으니, 그 중에 가장 귀한 것은 바른 소리로 간하는 것이다. 간하는 소리가 아프게 들리면 그 황제는 바보요, 간하는 소리가 뼛속을 후비는 걸 알고 마음을 바로하면 그 황제는 현자가 되느니, 충신을 힐난한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도다... 백성들이 불평불만을 털어 놓지 못하면 그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바른 소리가 진동하는 나라가 태평성대함을 왜 모르는가.
남북한이 분단되어, 남한에서는 아직도 이념대립과 분열주의, 경제적 양극화가 극심하고, 북한에서는 소수의 권력층을 제외하곤 절대 다수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현시점에, 발해의 역사는 우리에게 어떠한 길을 제시해 주는가? 한반도 북부지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역을 누비며 천하를 호령하였던 발해인들의 기상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민족이 조속히 북한과의 교류,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도약과 번영을 구가할 수는 없는 것인가? 우리민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가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빈곤에서 헤매이지 않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자유롭게 실현해 나갈 수는 없는 것인가? 이제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질문과 해답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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